Finally, the green man flashed and Raymond jogged across the road, having flung his cigarette into the gutter.
마침내 초록색 보행 신호등이 깜빡였고, 레이먼드는 담배를 배수구에 던져버린 뒤 길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레이먼드는 정의의 사도처럼 튀어 나갔어. 그 와중에 피우던 담배를 배수구에 휙 버리는 모습까지 엘리너의 고화질 레이더에 딱 걸렸지. 상황은 긴박한데 레이먼드의 저 털털하다 못해 대충대충인 행동거지가 엘리너 눈엔 참 거슬렸을 거야.
No need to be a litter lout, I thought, walking at a more measured pace behind him.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무뢰한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의 뒤에서 좀 더 절제된 속도로 걸어갔다.
엘리너는 레이먼드의 비매너 행위에 속으로 점수를 깎고 있어. 'litter lout(쓰레기 무단 투기꾼)'이라니, 비난도 참 고상하게 하지? 레이먼드는 뛰어가는데 엘리너는 자긴 품격을 지키겠다며 'measured pace(절제된 보폭)'로 걷고 있어. 사람 쓰러진 판에 저 여유라니, 역시 우리 엘리너답다!
When I reached the other side, Raymond was already kneeling beside the old man, feeling for a pulse in his neck.
내가 반대편에 도착했을 때, 레이먼드는 이미 노인 옆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의 목에서 맥박을 짚어보고 있었다.
엘리너가 우아하게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 종료 직전! 레이먼드는 벌써 노인 옆에 달라붙어 응급 처치를 하고 있어. 'feeling for a pulse(맥박을 찾다)'라고 하는 걸 보니 레이먼드도 생각보다 위급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좀 있는 것 같지? 엘리너는 이 모든 걸 한발치 뒤에서 구경하는 중이야.
He was talking loudly and slowly, silly nonsense like “Hiya, old-timer, how you doing?” and “Can you hear me, mister?”
그는 “어르신, 안녕하세요? 좀 어떠세요?”라든가 “제 말이 들리세요, 선생님?” 같은 어처구니없는 소리들을 크고 천천히 내뱉고 있었다.
레이먼드가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려고 말을 거는 장면이야. 근데 엘리너는 이걸 'silly nonsense(바보 같은 헛소리)'라고 치부해버려. 레이먼드 특유의 친근한 말투(old-timer, mister)가 엘리너의 고상하고 딱딱한 기준에는 아주 천박하고 비논리적으로 들렸나 봐. 레이먼드는 나름 열심히 심폐소생술급 대화를 시도 중인데 말이야.
The old man didn’t respond. I leaned over him and sniffed deeply.
노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의 몸 위로 고개를 숙이고 깊게 냄새를 맡았다.
노인이 대답이 없자 엘리너가 나섰어! 근데 맥박을 짚는 게 아니라 냄새를 맡네? 'sniffed deeply(깊게 냄새를 맡다)'라니, 할아버지 몸에서 술 냄새가 나는지 확인하려고 탐정 놀이를 시작한 거야. 남들 눈엔 아주 이상한 광경이겠지만, 엘리너에겐 이게 가장 합리적인 '원인 분석' 단계인 거지.
“He’s not actually drunk,” I said. “You’d smell it, if he were drunk enough to fall over and pass out.”
“실제로 취한 게 아니다.” 내가 말했다. “넘어져서 기절할 정도로 취했다면 술 냄새가 났을 것이다.”
엘리너의 '킁킁 탐정' 결과 보고 시간! '이분 안 취했어'라고 단언해. 그 근거는 바로 '냄새가 안 난다'는 것! 넘어져서 기절(pass out)할 정도면 술 냄새가 진동해야 한다는 엘리너의 철저한 음주 데이터 분석 결과지. 이제야 술 취한 게 아니라 진짜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엘리너도 깨달은 모양이야.
Raymond started loosening the man’s clothing. “Call an ambulance, Eleanor,” he said quietly.
레이먼드는 남자의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기 시작했다. “에리너, 구급차 좀 불러줘요.”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오, 레이먼드! 칠칠치 못한 곰돌이 코트 남자인 줄 알았더니 위급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장난 아닌데? 숨쉬기 편하게 옷을 풀어주는 저 전문적인 손길! 평소엔 눈치 꽝이더니 이럴 땐 의외로 듬직한 구석이 있어.
“I don’t possess a mobile telephone,” I explained, “although I’m open to persuasion with regard to their efficacy.”
“나는 휴대 전화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나는 설명했다. “비록 그것들의 효능에 관해서는 설득될 의향이 있지만 말이다.”
사람이 쓰러졌는데 말투 좀 봐! 그냥 '나 폰 없어'라고 하면 될걸 '소유하고 있지 않다(don't possess)'느니 '효능(efficacy)'이니 하며 논문을 쓰고 있어. 긴박한 상황에서도 어휘력을 뽐내는 엘리너의 고집, 정말 리스펙트다!
Raymond rummaged in his duffle coat pocket and tossed me his.
레이먼드는 더플코트 주머니를 뒤지더니 자신의 전화를 내게 던져주었다.
엘리너의 장황한 어휘 배틀을 쿨하게 씹어버리는 레이먼드의 행동력! 주머니를 뒤적거려서(rummaged) 폰을 툭 던져주는 모습이 마치 '됐고, 일단 이거로 신고나 해!'라고 하는 것 같아. 둘의 케미가 은근히 쫄깃하지 않니?
“Hurry up,” he said, “the old guy’s out cold.” I started to dial 999, and then a memory punched me full in the face.
“서둘러요.” 그가 말했다. “어르신이 정신을 잃었단 말이에요.” 나는 999를 누르기 시작했고, 그 순간 어떤 기억이 내 얼굴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상황이 급박해졌어! 'out cold'는 완전 떡실신... 아니 기절했다는 뜻이야. 근데 구급 번호를 누르려던 엘리너에게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이 훅 들어왔어. 마치 누군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것 같은(punched me in the face) 충격적인 기억인가 봐. 엘리너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야.
I couldn’t do it again, I realized, I simply couldn’t live and listen to a voice saying
나는 그것을 다시는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는 살아서 그런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전화 한 통 거는 게 엘리너에겐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다시는 못 하겠다'는 말이 가슴을 찌르네. 과거에 구급차를 불렀던 그 절망적인 순간이 떠올랐나 봐. 살아서 다시는 그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을 만큼 엘리너에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던 모양이야.
“Which service do you require, caller?” then to approaching sirens.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십니까, 신고자분?” 그런 다음 다가오는 사이렌 소리를 말이다.
응급 전화 상담원의 무미건조한 매뉴얼 대사와 뒤이어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보통 사람에겐 안도의 소리겠지만, 엘리너에겐 지옥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나 봐. 얼굴의 흉터와 이 공포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엘리너의 과거가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