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usually (well, always) talk to Mummy on a Wednesday evening for fifteen minutes or so.
대개(사실은 언제나) 수요일 저녁에는 15분 정도 어머니와 통화를 한다.
여기서 'Mummy'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위질감을 캐치해야 해. 서른 살 성인이 엄마를 '마미'라고 부르는 것부터 범상치 않은데, 딱 15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매주 수요일마다 의무적으로 통화한다는 사실이 이 관계의 기묘함을 잘 보여주고 있어. 왠지 숨이 턱 막히는 루틴이지 않니?
I go to bed around ten, read for half an hour and then put the light out. I don’t have trouble sleeping, as a rule.
열 시쯤 잠자리에 들어서 삼십 분 정도 책을 읽은 뒤 불을 끈다. 대개는 잠드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엘리너의 칼 같은 수면 루틴이야. 10시 취침, 30분 독서, 소등. 아주 평화로워 보이지만 '대개는' 잠드는 게 어렵지 않다는 말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해. 혼자만의 규칙을 지키며 사는 게 그녀에겐 유일한 안식처일지도 몰라.
On Fridays, I don’t get the bus straight after work but instead I go to the Tesco Metro around the corner from the office
금요일이면 퇴근 후 곧장 버스를 타는 대신 사무실 모퉁이에 있는 테스코 메트로에 들른다.
평일과는 다른 금요일만의 특별한 일탈(?)이야.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마트에 들른다는 건 주말을 버티기 위한 '보급품'을 사러 간다는 신호지.
and buy a margherita pizza, some Chianti and two big bottles of Glen’s vodka.
그리고 마르게리타 피자 한 판과 키안티 와인 한 병, 그리고 글렌 보드카 대용량 두 병을 산다.
엘리너의 주말 쇼핑 리스트야. 피자랑 와인까진 '혼술' 감성인데, 보드카 대용량 '두 병'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야 해. 그녀의 주말이 결코 가볍지 않을 거라는 복선이지.
When I get home, I eat the pizza and drink the wine. I have some vodka afterward.
집에 도착하면 피자를 먹고 와인을 마신다. 그 뒤에 보드카를 조금 마신다.
엘리너의 주말 의식 1단계야. 일단 배를 채우고 와인으로 분위기를 잡은 다음, 본게임인 보드카로 넘어가는 거지. 아주 체계적인 음주 프로세스야.
I don’t need much on a Friday, just a few big swigs. I usually wake up on the sofa around 3 a.m., and I stumble off to bed.
금요일에는 보드카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크게 몇 모금 마실 뿐이다. 보통 새벽 세 시쯤 소파에서 깨어나 침대로 비틀거리며 기어 들어간다.
금요일은 예고편일 뿐이야. '많이 필요 없다'면서 벌컥벌컥(swig) 마시고 소파에서 기절했다가 새벽에 깨는 삶. 비틀거리는(stumble) 그녀의 모습이 좀 위태로워 보이지?
I drink the rest of the vodka over the weekend, spread it throughout both days so that I’m neither drunk nor sober.
주말 내내 남은 보드카를 마신다. 이틀 동안 나누어 마심으로써 취하지도 맨정신도 아닌 상태를 유지한다.
엘리너의 주말 생존 전략이야. 'neither drunk nor sober'라는 표현이 참 슬퍼. 취해서 고통을 잊고 싶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정신을 놓고 싶지도 않은, 그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거지.
Monday takes a long time to come around. My phone doesn’t ring often—it makes me jump when it does—
월요일은 참으로 더디게 돌아온다. 전화벨은 자주 울리지 않으며, 어쩌다 울릴 때면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주말 내내 보드카에 절어 지내다가 월요일을 맞는 엘리너의 기분을 상상해봐. '월요병'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가 사회로 복귀하는 느낌일 거야. 전화벨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그녀의 일상은 고요하고도 위태로워.
and it’s usually people asking if I’ve been mis-sold Payment Protection Insurance.
대개는 대출 상환 보험을 잘못 가입한 적이 없는지 묻는 전화들이다.
영국에서는 저 'PPI(대출 상환 보장 보험)' 스팸 전화가 진짜 지긋지긋하게 많이 오기로 유명해. 엘리너에게 전화하는 유일한 존재가 스팸 상담원이라니, 그녀의 고립된 생활이 더 짠하게 다가오지 않니?
I whisper “I know where you live” to them, and hang up the phone very, very gently.
나는 그들에게 “당신이 어디 사는지 알고 있다”라고 속삭이고는,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엘리너의 엉뚱하다 못해 무서운 유머 감각이 폭발하는 장면이야! 스팸 전화 상담원한테 '너네 집 어딘지 알아'라고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다니... 상담원이 그날 밤 잠은 다 잤을걸?
No one’s been in my flat this year apart from service professionals;
올해 내 아파트에 발을 들인 사람은 서비스 기사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엘리너의 집은 철저하게 성역이야. 친구? 연인? 그런 건 그녀의 사전엔 없어. 오직 고장 난 걸 고치러 오는 '전문가'들만 입장 가능하다는 게 그녀의 철저한 고립을 보여줘.
I’ve not voluntarily invited another human being across the threshold, except to read the meter.
검침원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인간도 자발적으로 내 문턱을 넘도록 초대한 적이 없다.
문턱(threshold)을 넘는다는 건 누군가를 내 사적인 삶에 들인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엘리너는 그 선을 아주 단단히 지키고 있지. 검침원처럼 '어쩔 수 없이' 와야 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사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