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for your assistance, Raymond,” I said, pointedly. Raymond saluted, and heaved himself to his feet.
“도와줘서 고마워요, 레이먼드 씨.” 내가 딱 잘라 말했다. 레이먼드는 거수경례를 하더니 낑낑대며 몸을 일으켰다.
고맙다고는 하지만 말투는 아주 '이제 그만 나가라'는 포스야. 근데 레이먼드 반응 좀 봐. 갑자기 거수경례(salute)라니! 게다가 몸을 일으키는 걸 'heaved'라고 표현한 걸 보니 레이먼드가 꽤나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며 일어난 모양이야.
A man with a less military bearing was hard to imagine. “No bother, Eleanor. See you around!”
그보다 군인답지 않은 태도를 가진 남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별말씀을요, 에리너 씨. 나중에 봐요!”
레이먼드가 경례하는 꼴을 보고 엘리너가 속으로 비웃는 대목이야. '군인이랑은 거리가 백만 광년은 멀어 보이는데 경례는 무슨' 하고 생각하는 거지. 레이먼드는 그런 엘리너 속마음도 모르고 해맑게 작별 인사를 건네네.
I very much doubt it, I thought, opening up the spreadsheet which listed this month’s overdue accounts.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나는 이번 달 연체 계좌 목록이 담긴 스프레드시트를 열었다.
레이먼드가 '나중에 보자'니까 엘리너는 속으로 '그럴 일 없거든?' 하고 단칼에 잘라버려. 그러고는 바로 연체 목록(overdue accounts)을 열어서 일 모드로 전환! 감정 따위 섞이지 않은 차가운 엑셀의 세계가 엘리너에겐 안식처인가 봐.
He loped off with a strange bouncy walk, springing too hard on the balls of his feet.
그는 발 앞꿈치에 과하게 힘을 주어 튀어 오르는 듯한 기이하고 경쾌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가는 뒷모습까지 디테일하게 까는 엘리너 좀 봐. 레이먼드의 걸음걸이가 'bouncy(통통 튀는)'하대. 발 앞꿈치(balls of his feet)로 콩콩 뛰듯 걷는 그 우스꽝스러운 자태를 엘리너는 아주 분석적으로 관찰하고 있어. 얄밉지만 묘사가 너무 찰져서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니?
A lot of unattractive men seem to walk in such a manner, I’ve noticed. I’m sure training shoes don’t help.
매력 없는 남자들 다수가 그런 식으로 걷는다는 사실을 나는 예전부터 주목해 왔다. 운동화가 그 걸음걸이에 한몫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드립! 엘리너는 '못생긴 남자들은 다 저렇게 걷더라'라는 자기만의 빅데이터 통계를 발표해. 거기다 레이먼드의 낡은 운동화(training shoes)가 그 꼴불견 걸음걸이를 더 부추긴다고 쐐기를 박아버리지. 레이먼드는 오늘 엘리너한테 탈탈 털리고 가네!
The other night, the singer had worn beautiful leather brogues. He was tall, elegant and graceful.
지난밤, 그 가수는 아름다운 가죽 브로그화를 신고 있었다. 그는 키가 컸고, 품격 있으며 우아했다.
레이먼드의 꼬질꼬질한 운동화를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 가수의 럭셔리한 브로그화가 소환되는 거지. 눈이 너무 높아진 엘리너... 레이먼드가 옆에서 헉헉대든 말든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꽃밭이라니까.
It was hard to believe that the singer and Raymond were members of the same species.
그 가수와 레이먼드가 동일한 종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거의 외계인과 지구인 급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한쪽은 품격 그 자체인데, 한쪽은 그냥 분홍색 생명체니까. 엘리너의 '종의 기원'급 분석력이 여기서도 폭발하네.
I shifted uncomfortably in my chair. There was throbbing pain and the beginnings of an itch downstairs.
나는 의자 위에서 불편한 듯 몸을 뒤척였다. 하복부에는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가려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까 그 '할리우드' 왁싱의 후폭풍이 드디어 몰려오기 시작했어. 의자에 앉아 있는데 거기가 욱신거리고 가렵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련이지. 엘리너,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Perhaps I should have put my underpants back on. The leaving do started around half past four,
아마 속옷을 다시 입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송별 파티는 4시 반경에 시작되었다.
아까 장바구니에 팬티 숨겼던 거 기억나? 결국 노팬티로 회사 복귀했다가 대참사를 겪는 중이야. 근데 그 와중에 회사 파티(leaving do)는 시작됐고, 엘리너는 집에 가고 싶어 미칠 지경일걸.
and I made sure to clap extravagantly at the end of Bob’s speech and say, “Hear, hear, bravo!” loudly, so that everyone noticed me;
나는 봅의 연설이 끝날 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모두가 나를 주목하도록 "옳소, 옳소, 브라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평소엔 투명 인간처럼 지내던 엘리너가 갑자기 파티의 주인공처럼 박수 치고 "브라보"를 외쳐. 왜냐고? 그래야 일찍 눈치 안 보고 퇴근할 수 있거든! 아주 철저한 계산이 깔린 '오버'였던 셈이지.
I left at 4:59 p.m. and walked to the shopping mall as fast as the chafing occasioned by my newly hairless epidermis allowed.
나는 오후 4시 59분에 퇴근하여, 새로이 제모된 피부의 쓸림 현상이 허용하는 한 가장 빠른 속도로 쇼핑몰을 향해 걸어갔다.
4시 59분 칼퇴! 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엘리너의 프로 정신(?)이 돋보여. 근데 제모 부위가 쓸려서(chafing)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쇼핑몰로 돌진하는 저 집념... 엉거주춤 걷는 엘리너의 모습, 상상만 해도 웃프다!
I got there by quarter past, thank God. Bird in the hand is what I was thinking, given the importance of the task,
다행히 나는 15분쯤 도착했다. 이 과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손 안의 새 한 마리’가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쇼핑몰에 5시 15분쯤 도착했으니 늦진 않았어. 엘리너는 지금 이 미션(컴퓨터 사기)이 너무 중요하니까, 더 좋은 곳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기회를 잡기로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