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are scars on my heart, just as thick, as disfiguring as those on my face.
내 심장에도 흉터가 있다. 내 얼굴에 있는 것만큼이나 두껍고, 흉측한 흉터들이.
얼굴의 흉터는 화장으로 가릴 수 있지만, 마음의 흉터는 어쩌지? 에리너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보이는 상처만큼이나 심각하다고 고백해. 'Thick(두꺼운)'과 'Disfiguring(흉측하게 만드는)'이라는 단어가 마음의 상처를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 줘.
I know they’re there. I hope some undamaged tissue remains, a patch through which love can come in and flow out. I hope.
나는 그 흉터들이 그곳에 있음을 안다. 손상되지 않은 조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사랑이 들어오고 또 흘러나갈 수 있는 그런 작은 조각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나는 소망한다.
에리너가 자기 마음속 깊은 곳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비록 트라우마로 가득한 심장이지만, 아주 미세하게라도 사랑이 드나들 수 있는 '정상적인 공간'이 남아있길 기도하는 마음이야. 평소엔 기계처럼 무미건조해 보여도, 사실 에리너도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아주 뭉클한 대목이지.
Raymond was waiting outside the front door of the hospital. I saw him bend down to light the cigarette of a woman in a wheelchair—
레이먼드는 병원 정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가 몸을 굽혀 휠체어에 앉은 한 여성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것을 보았다—
드디어 레이먼드 등장! 그런데 첫 등장이 병원 문 앞에서 환자 담배 불 붙여주기라니, 이 남자 캐릭터 정말 독보적이지? 깔끔하고 딱딱한 에리너의 세계에 꾀죄죄하지만 다정한 레이먼드가 슥 들어오는 순간이야. 왠지 레이먼드 근처에 가면 담배 냄새가 진동할 것 같지 않니?
she’d brought her drip out with her, on wheels, so that she could destroy her health
그녀는 바퀴 달린 수액 걸이까지 끌고 밖으로 나와서는, 자신의 건강을 파괴하고 있었다.
에리너의 독설 섞인 관찰력 좀 봐. 링거(수액)까지 꽂고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환자를 보고 '건강을 파괴한다'고 아주 논리적이고도 무자비하게 묘사하고 있어. 치료는 받으면서 병은 키우는 인간의 모순이 에리너 눈엔 참 한심해 보였나 봐.
at the same time as taxpayers’ money was being used to try and restore it.
국민의 세금이 그 건강을 회복시키려 쓰이고 있는 바로 그 시각에 말이다.
와, 에리너 진짜 가차 없지? 세금으로 공짜 치료받으면서 담배로 다시 몸을 망치는 비효율을 참지 못해.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콕 집어내는 에리너의 고지식함이 드러나서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지는 날카로운 지적이야.
Raymond chatted to her as she smoked, puffing away himself. He leaned forward and said something and the woman laughed,
레이먼드는 그녀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수다를 떨었고, 본인도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그가 몸을 숙여 무언가 말하자 그 여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레이먼드의 엄청난 사교성 좀 봐. 처음 보는 환자랑 맞담배를 피우며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고 있어. 사회적 관계 맺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에리너에겐 레이먼드의 이런 모습이 거의 마법이나 외계인의 기술처럼 보였을 거야.
a harridan’s cackle that ended in a prolonged bout of coughing.
마치 심술궂은 노파 같은 그 웃음소리는 길게 이어지는 기침 발작으로 끝을 맺었다.
에리너의 묘사는 정말 가차 없지? 그냥 웃는 게 아니라 '심술궂은 노파(harridan)'의 '깔깔거리는 소리(cackle)'라고 표현해. 게다가 기침하는 걸 'Prolonged bout(장기적인 발작)'이라고 의학 용어처럼 묘사하는 저 정교함 좀 봐. 레이먼드의 다정함과 에리너의 냉소적인 관찰이 충돌하는 재미있는 장면이야.
I approached with caution, fearing the noxious cloud might envelop me to deleterious effect.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 유독한 연기 구름이 나를 에워싸 해로운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하며.
에리너는 지금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무슨 방사능 오염 구역에 진입하는 기분인가 봐. 담배 연기를 '유독한 구름(noxious cloud)'이라고 부르는 거 봐. 에리너에게 레이먼드의 주변 공기는 거의 생화학 무기 수준인 것 같지? 아주 과학적이고도 결벽증적인 접근이야.
He spotted me coming, stubbed out his cigarette then ambled toward me.
그는 내가 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담배를 비벼 끄고 내 쪽으로 느릿느릿 걸어왔다.
레이먼드의 여유 넘치는 걸음걸이가 그려져. 에리너는 레이먼드가 걷는 걸 그냥 'walk'라고 안 하고 'amble'이라고 표현했어. 급할 거 하나 없는 레이먼드 특유의 헐렁하고 태평한 느낌을 딱 잡아낸 거야. 에리너의 뻣뻣함과 대조적이지?
He was wearing a pair of denim trousers which were slung unpleasantly low around his buttocks;
그는 데님 팬츠 한 벌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엉덩이 주변에 기분 나쁠 정도로 낮게 걸쳐져 있었다.
에리너의 패션 폴리스 가동! 레이먼드가 소위 말하는 '배기팬츠' 스타일로 바지를 내려 입었나 봐. 에리너는 그게 '불쾌할 정도로 낮다(unpleasantly low)'고 아주 단호하게 평가해버려. 단정한 에리너 눈엔 레이먼드의 옷차림이 얼마나 거슬렸을까?
when his back was turned I saw an unwelcome inch of underpant—a ghastly imperial purple—
그의 등이 돌려졌을 때, 나는 반갑지 않은 1인치의 속옷 조각을 보았다. 그것은 지독한 임페리얼 퍼플 색이었다.
바지가 내려가서 팬티 밴드 부분이 살짝 보인 상황이야. 에리너는 그걸 '반갑지 않은 1인치(unwelcome inch)'라고 표현하며 질색을 해. 게다가 그 색깔이 무려 '임페리얼 퍼플'이라니! 에리너는 이런 사소한 디테일에서도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어휘력을 뽐내며 레이먼드의 취향을 까내리고 있어.
and white skin covered in freckles, reminding me of a giraffe’s hide.
그리고 주근깨로 뒤덮인 하얀 피부는 내게 기린의 가죽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엔 레이먼드의 피부를 기린 가죽에 비유했어. 에리너는 사람을 묘사할 때 동물을 자주 소환해. 아마도 인간 사회의 복잡한 감정보다는 자연 다큐멘터리의 명확한 분류가 그녀에겐 더 익숙하고 논리적인 세계라서 그렇겠지? 레이먼드는 졸지에 기린이 돼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