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ld almost visualize the next sentence before I reached it.
다음 문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 문장을 거의 눈앞에 그리듯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건 거의 예언자 수준인데? 눈이 글자를 읽기도 전에 뇌가 이미 다음 내용을 스포일러 하고 있는 거야. 에리너의 머릿속에 이 소설의 데이터베이스가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증거지.
It was an old Penguin Classic, Ms. Brontë’s portrait gracing the cover.
그것은 오래된 펭귄 클래식 판본이었으며, 브론테 양의 초상화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펭귄 클래식 특유의 주황색 혹은 검은색 디자인 알지? 고전미 뿜뿜하는 그 책 표지에 저자인 샬럿 브론테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나 봐. 'Gracing(우아하게 장식하다)'이라는 단어에서 책에 대한 에리너의 무한한 존경심이 느껴져.
The bookplate inside read: Saint Eustace Parish Church Sunday School, Presented to Eleanor Oliphant for Perfect Attendance, 1998.
책 안쪽의 장서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세인트 유스타스 교구 교회 주일 학교, 1998년 개근을 표창하며 에리너 올리펀트에게 수여함.'
장서표(bookplate)는 '이 책은 내 거야!'라고 붙여두는 라벨인데, 교회 주일학교에서 개근상으로 받은 책이었네. 1998년에 어린 에리너가 이 책을 품에 안았을 때를 상상해 봐. 그때부터 이 책은 그녀의 유일한 구원이었던 거야.
I had a very ecumenical upbringing, all told, having been fostered by Presbyterians, Anglicans,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장로교도와 성공회교도들에게 위탁되어 자라면서 매우 초교파적인 훈육을 받았다.
'Ecumenical(초교파적인)'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썼는데, 쉽게 말해서 이 교회 저 교회 다 섭렵했다는 뜻이야. 위탁 가정(foster home)을 여러 군데 옮겨 다녔다는 슬픈 현실을 에리너답게 아주 학구적인 단어로 설명하고 있어.
Catholics, Methodists and Quakers, plus a few individuals who wouldn’t recognize God if he pointed his electric Michelangelo finger at them.
가톨릭교도, 감리교도, 퀘이커교도들은 물론이고, 신이 직접 미켈란젤로의 그 짜릿한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해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할 사람들도 몇몇 거쳐 왔다.
이번엔 가톨릭, 감리교, 퀘이커까지! 거의 종교 대백과사전 수준이지? 특히 마지막 '미켈란젤로의 손가락' 드립 좀 봐. <천지창조> 벽화에서 신이랑 아담이 손가락 맞대려는 그 장면 알지? 신이 직접 그 손가락으로 콕 찔러도 모를 '무종교 끝판왕'들도 만났다는 거야. 에리너의 풍자가 아주 찰져.
I submitted to all attempts at spiritual education with equally bad grace.
나는 모든 영성 교육 시도에 똑같이 불손한 태도로 순응했다.
위탁 가정을 옮겨 다닐 때마다 에리너를 교회에 보내려는 시도가 많았나 봐. 에리너는 순순히 따르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뚱해 있었다는 걸 'Bad grace(불손한 태도/마지못해 하는 태도)'라는 표현으로 아주 우아하게 꼬집고 있어. 억지로 앉아 있는 에리너의 뾰로통한 표정이 그려지지 않니?
Sunday school, or its equivalent, did at least get me out of whatever house I was living in,
주일 학교든 그에 상응하는 교육이든, 적어도 내가 살고 있던 그 어떤 집에서라도 나를 밖으로 나가게 해준 것은 사실이었다.
에리너에게 종교 교육은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 '외출권'이었어. 집안 분위기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교회 가는 게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였을까. 'Whatever house'라는 표현에서 에리너가 거쳐 간 수많은 위탁 가정에 대한 무심함이 느껴져서 좀 짠하기도 해.
and sometimes there were sandwiches, or, more rarely, tolerable companions.
그리고 가끔은 샌드위치가 있었고, 더 드물게는 견딜 만한 동료들이 생기기도 했다.
에리너의 소소한 기쁨 리스트야! 1순위는 샌드위치, 2순위는 견딜 만한 사람. 'Tolerable(견딜 만한)'이라는 단어 선택에서 사람에 대한 에리너의 아주 낮은(?) 기대치가 뿜어져 나오지? 에리너에게 친구란 '싫지 않은 사람' 정도면 충분했나 봐.
I opened the book at random, in the manner of a lucky dip.
나는 뽑기 상자에서 무언가를 고르듯, 책을 무작위로 펼쳤다.
에리너가 가장 아끼는 책 《제인 에어》를 읽는 독특한 방식이야. 'Lucky dip'은 영국에서 상자 속에 톱밥 같은 걸 채우고 보이지 않는 선물을 아무거나 뽑는 놀이야. 책의 어느 부분을 펴도 에리너에겐 선물 같은 문장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지.
It fell open at a pivotal scene, the one where Jane meets Mr. Rochester for the first time,
책은 제인이 로체스터 씨를 처음 만나는 운명적인 장면에서 딱 멈추듯 펼쳐졌다.
에리너가 운 좋게(?) 뽑은 장면은 바로 제인과 로체스터의 첫 만남! 'Pivotal scene(결정적인 장면)'이라는 단어에서 에리너가 이 소설의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게 보여. 에리너 인생에도 이런 결정적인 순간이 오길 바라는 마음일까?
startling his horse in the woods and causing him to fall.
숲속에서 그의 말을 놀라게 하여 그를 낙마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제인 에어의 명장면 묘사네! 제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로체스터의 말을 놀라게 하고 결국 그를 땅으로 떨어뜨리잖아. 에리너는 이 돌발적이고도 강력한 첫 만남의 에너지를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 역시 정밀한 분석가다워.
Pilot is there too, the handsome, soulful-eyed hound. If the book has one failing,
파일럿도 그곳에 있었다. 잘생기고 그윽한 눈을 가진 사냥개였다. 만약 이 책에 단 하나의 결함이 있다면,
에리너는 지금 소설 속 강아지인 '파일럿'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어. 'Soulful-eyed(그윽한 눈을 가진)'라고 묘사하는 걸 보니 에리너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을 대할 때보다 훨씬 다정하다는 게 느껴지지? 완벽한 소설인 《제인 에어》에서도 굳이 'Failing(결함)'을 찾아내려는 저 깐깐함 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