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vening had lingered slowly, but now it was definitely night, and I did not care to be abroad.
저녁은 천천히 머물러 있었으나 이제는 명백한 밤이었고, 나는 밖에 나와 있고 싶지 않았다.
저녁 시간의 여운이 'Lingered(머물다)'한다는 표현이 참 아름답지? 하지만 해가 완전히 지니까 에리너의 방어 기제가 발동했어. 집 밖을 'Abroad'라고 부르며 얼른 자기만의 안전한 요새로 숨어버리려는 거야.
The dark is where bad things happen.
어둠은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지? 에리너가 단순히 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어둠을 공포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문장이야. 에리너의 내면을 보여주는 아주 슬프고도 강렬한 한 마디지.
I estimated that the taxi was likely to cost in the region of six pounds, but I had no choice.
택시비가 6파운드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추산했지만,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택시비 계산은 정확히 해야지! 'Estimated(추산하다)'라는 단어를 쓰는 것 좀 봐. 소수점까지 맞출 기세야. 하지만 지금 에리너에겐 6파운드보다 '어둠'이라는 괴물로부터 도망치는 게 더 시급한 거야.
I put on my seat belt and closed the glass panel that separated me from the driver.
나는 안전벨트를 매고 나를 운전기사로부터 분리하는 유리 패널을 닫았다.
영국 택시는 승객석과 운전석 사이에 유리창이 있거든. 에리너는 그걸 'Separated(분리하다)'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굳이 닫아버려. 타인과의 소통을 원천 봉쇄하고 자기만의 좁지만 안전한 우주로 숨어버리는 에리너의 고립된 성향이 잘 나타나네.
I had no desire to hear his views on association football, the city council or any other topic.
축구 협회나 시의회, 혹은 그 어떤 주제에 대한 그의 견해도 듣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택시 기사님이랑 수다 떠는 거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에리너는 단호하게 거절이야. 축구(football)나 시의회(city council) 얘기는 그녀에겐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소음일 뿐이지. 지금 에리너의 머릿속엔 오직 '그 사람' 생각뿐이라 다른 게 들어올 틈이 없거든.
I had only one thing on my mind. Or, more accurately, one person.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만 들어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One thing'이라고 했다가 바로 'One person'으로 고쳐 말하는 거 봐. 사랑에 빠지면 온 세상이 그 사람으로 가득 찬다더니, 에리너도 예외는 아니네. 택시 기사 아저씨의 축구 얘기도 뚫고 들어오지 못할 만큼 강력한 짝사랑 방어막을 친 셈이야.
I realized after an hour or two that I wasn’t going to be able to sleep after my earlier adventuring.
한두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조금 전의 모험 탓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
집에 와서 누웠는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나 봐. 남의 집 정찰 다녀온 걸 'Adventuring(모험)'이라고 표현하다니, 정말 거창하지? 침대에 누워서도 아까 들었던 기타 선율이랑 이름판 탁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잠 못 이루는 밤이야.
I put on the light and looked down at my nightdress. I have two, to allow for alternate washing.
나는 불을 켜고 내 잠옷을 내려다보았다. 번갈아 가며 세탁할 수 있도록 두 벌을 가지고 있었다.
잠이 안 오니까 결국 불을 켜버렸어. 근데 잠옷 얘기를 하면서 '번갈아 세탁하려고 두 벌(alternate washing)'이라니, 역시 계획적이고 규칙적인 에리너다워. 에리너 인생엔 예외나 충동구매란 없는 걸까? 딱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는 저 미니멀리즘!
They are identical, both of them ankle-length with a high neckline, made of cozy brushed cotton.
그것들은 똑같이 생겼는데, 둘 다 목선이 높고 발목까지 오는 길이에 포근한 기모 면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잠옷 스타일이 참... 조신하다 못해 중세 시대 수도사 느낌일 것 같아. 'Ankle-length(발목 길이)'에 'High neckline(높은 목선)'이라니, 피부 노출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에리너의 의지가 보이지? 그래도 'Brushed cotton(기모 면)'이라니 촉감은 아주 포근하겠다.
They’re lemon-colored (the shade reminds me of explosively fizzy boiled sweets, not a feature of my early childhood but a comforting image nonetheless).
잠옷은 레몬색이었다(그 색조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아니지만, 톡 쏘는 탄산 맛이 나는 사탕을 떠올리게 했으며, 그럼에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미지였다).
잠옷이 레몬색이래. 근데 그걸 설명하면서 탄산 사탕(fizzy boiled sweets)까지 소환하는 에리너의 집요한 묘사력! 어린 시절의 실제 추억은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어쨌든 지금 에리너에겐 이 노란 잠옷이 세상을 견디게 해주는 가장 안전한 보호색인 셈이야.
When I was young, for a treat, Mummy would pop a pimento-stuffed olive into my mouth,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별식이라며 피망을 채운 올리브를 내 입에 쏙 넣어주곤 했다.
보통 애들한테 'Treat(별식)'라고 하면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잖아? 그런데 에리너네 집은 클래스가 달라. 피망 박힌 올리브를 간식으로 줬다니! 시작부터 에리너의 비범하고도 짭조름한 성장 환경이 느껴지는 대목이야.
or, occasionally, an oily anchovy from a coffin-shaped yellow-and-red tin.
혹은 가끔 관 모양의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통에 든 기름진 안초비를 넣어주기도 했다.
이번엔 안초비야. 근데 캔 모양을 'Coffin-shaped(관 모양)'라고 묘사하는 에리너의 감수성 좀 봐. 노랑 빨강 화려한 캔인데 에리너 눈엔 죽음의 관처럼 보였나 봐. 아이 입에 소금에 절인 기름진 생선이라니, 참 묘한 모녀 관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