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showed rooftops, trees and sky, but there was also a pub in the corner of the photograph, right at the end of the street, its name clearly visible.
사진에는 지붕과 나무, 그리고 하늘이 담겨 있었지만, 사진 한쪽 구석에는 거리의 바로 끝자락에 위치한 술집도 찍혀 있었고 그 이름이 선명하게 보였다.
가수가 실수한 게 바로 이거야. 예쁜 풍경만 찍으려다 구석에 술집 간판까지 찍어버린 거지! 'Clearly visible(선명하게 보이는)'이라는 표현에서 에리너의 매서운 눈썰미가 느껴지지? 술집 이름 하나면 주소 찾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에리너의 치밀한 분석이 시작되는 지점이야.
I found it in seconds, thanks to Google. The street, like most in this part of the city, was made up of tenements.
구글 덕분에 단 몇 초 만에 그것을 찾아냈다. 그 거리는 이 도시의 이 구역 대부분이 그렇듯 테너먼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드디어 구글 신 강림! 에리너 같은 사람에게 검색 엔진은 무기나 다름없어. 'In seconds(몇 초 만에)' 찾아냈다는 말에서 그녀의 효율성 성애자적인 면모가 돋보이지? 참고로 '테너먼트(tenement)'는 스코틀랜드, 특히 글래스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공동주택을 말해. 에리너는 지금 그 웅장한 건물들 사이를 누비고 있는 거야.
They all had a secure main front door with named buzzers on the outside wall, one for each flat inside the building.
건물들은 모두 바깥 벽에 이름이 적힌 초인종이 달린 보안 장치가 된 주 현관문을 가지고 있었고, 초인종은 건물 안의 각 가구당 하나씩이었다.
에리너가 지금 건물 입구에서 초인종들을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어. 'Secure main front door(보안 장치가 된 주 현관문)'라니, 무슨 보안 업체 점검 나온 것 같은 말투지? 'One for each flat(각 가구당 하나씩)'이라고 꼼꼼하게 개수를 파악하는 에리너의 눈빛을 상상해 봐. 가수는 지금 집 안에서 코 파고 있을 텐데 말이야!
This was the right street. Which side should I start with? Even numbers, I decided. He was an even sort of man, not an odd one.
이곳이 맞는 거리였다. 어느 쪽부터 시작해야 할까? 짝수 번호 쪽으로 정했다. 그는 짝수 같은 종류의 남자였지, 홀수 같은 남자는 아니었으니까.
에리너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어! 그런데 집을 찾는 기준이 참 에리너답지? 'Even numbers(짝수)'부터 찾기로 했는데, 그 이유가 그 남자가 'Even(짝수/차분한)'한 사람이지 'Odd(홀수/이상한)'한 사람은 아닐 거라는 자기만의 논리 때문이야. 영어에서 'Even'은 짝수라는 뜻도 있지만 '균형 잡힌, 차분한'이라는 뜻도 있고, 'Odd'는 홀수이면서 '이상한'이라는 뜻도 있거든. 이 언어유희를 활용해서 자기 짝사랑 상대를 정의하는 에리너의 모습, 정말 귀엽지 않니?
I had a puzzle to solve. I hummed as I worked, and couldn’t remember the last time I’d felt like this—light, sparkly, quick.
풀어야 할 퍼즐이 생겼다. 나는 작업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이처럼 가볍고 반짝이며 민첩한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짝사랑하는 남자의 집 주소를 찾는 걸 'Puzzle(퍼즐)'이라고 부르며 신난 에리너 좀 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다니! 'Light(가볍고), Sparkly(반짝이고), Quick(민첩한)' 이 세 단어가 지금 에리너의 설레는 마음을 완벽하게 대변해주고 있어. 평소의 무채색 같던 일상이 갑자기 원색으로 물드는 느낌이랄까?
I suspected that it might be what happiness felt like.
이것이 행복이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에리너는 참 독특해. 보통 사람들은 '아, 이게 행복이구나!'라고 느낄 텐데, 에리너는 행복을 'Suspected(의심/의구심)' 한대. 행복이라는 감정을 직접 느껴본 적이 너무 오래되어서, 혹은 낯설어서 마치 미지의 현상을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는 학자처럼 반응하는 거지. 에리너의 메마른 과거가 느껴져서 살짝 찡한 문장이기도 해.
It was fascinating to see all the different names on the buzzers, and the manner in which they were displayed.
초인종에 적힌 그 수많은 서로 다른 이름들과 그것들이 표시된 방식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남의 집 이름표를 보는 게 'Fascinating(매혹적인)' 하대. 에리너는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사소한 디테일을 관찰하는 걸 정말 좋아해. 이름뿐만 아니라 그게 어떤 글씨체인지, 어떤 종이에 써서 붙였는지(manner)까지 하나하나 데이터로 저장하고 있는 거야. 인류학자가 원시 부족의 흔적을 조사하는 것 같지?
Some were scribbled in Biro on a sticker and placed carelessly over the button.
어떤 것들은 스티커 위에 볼펜으로 휘갈겨 쓴 뒤 버튼 위에 아무렇게나 붙어 있었다.
에리너의 관찰력이 빛을 발하네! 대충 볼펜으로 휘갈겨 쓴 이름표를 보고 'Scribbled(휘갈겨 쓴)' 'Carelessly(부주의하게)' 같은 단어로 평가를 내리고 있어. 규격과 원칙을 중시하는 에리너 눈에는 저런 성의 없는 이름표가 일종의 무질서처럼 보였을 거야.
Others had typed their names in bold uppercase, printed it out and affixed it with three layers of Sellotape.
또 다른 이들은 굵은 대문자로 이름을 타이핑해서 출력한 다음, 스카치테이프 세 겹을 덧대어 고정해 두었다.
이번엔 반대로 아주 철저한 사람들의 이름표야. 굵은 대문자(Bold uppercase)에 무려 테이프 세 겹(Three layers)! 에리너는 'Three layers'라고 정확한 겹수까지 세고 있어. 아마 에리너 본인이 이름표를 붙였다면 바로 이런 방식이었을 거야. 자기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고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을지도 몰라.
A few had left their buzzer blank, or failed to replace their name when the elements had made the ink run, rendering it illegible.
몇몇은 초인종을 비워 두었거나, 비바람에 잉크가 번져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음에도 이름을 교체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두고 있었다.
에리너는 지금 다른 집들의 초인종 상태를 점검하면서 혀를 차고 있어. 어떤 집들은 이름표가 아예 없거나, 비에 젖어 잉크가 번져서('Ink run') 누구 집인지 알아볼 수도 없게 방치된 상태였거든. 에리너 같은 완벽주의자에게 이런 관리 소홀은 용납할 수 없는 게으름의 증거지. 자기 짝사랑 남자는 절대 이런 부류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보여.
I really hoped he wasn’t one of those, but I kept a list of their locations in my notebook, just in case.
나는 그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랐지만, 만약을 대비해 내 수첩에 그들의 위치 목록을 적어 두었다.
에리너는 자기 짝사랑 남자가 저렇게 게으른 사람들과 같은 부류('One of those')가 아니길 빌고 있어. 하지만 에리너가 누구야? 철두철미한 계획형 인간이잖아. 혹시나 그 남자가 이름표 관리를 안 하는 칠칠치 못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Just in case'), 이름 없는 집들의 위치까지 수첩에 꼼꼼히 기록해 두는 거지. 사랑 앞에서도 데이터 수집을 멈추지 않는 저 집요함!
If I had eliminated all the legible names without coming across his, I’d have to go back and work my way through the list of blank ones.
만약 알아볼 수 있는 이름들을 모두 확인하고 소거했음에도 그의 이름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다시 돌아가 빈 초인종 목록을 하나씩 확인해야 할 터였다.
에리너의 알고리즘이 돌아가고 있어. 1단계: 이름 있는 집 확인. 2단계: 없으면 이름 없는 집 확인. 'Work my way through'라는 표현에서 이 과정이 얼마나 귀찮고 힘든 노동이 될지 에리너도 알고 있다는 게 느껴져. 짝사랑 남자를 찾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노가다는 각오하겠다는 비장함마저 감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