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I started reading the book of e. e. cummings poems. After I read the poem that compares the woman’s hands to flowers and rain,
그리고 e. e. 커밍스의 시집을 읽기 시작했지. 여자의 손을 꽃과 비에 비유한 그 시를 다 읽고 나서,
메리 엘리자베스가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그 시를 찰리가 드디어 혼자 읽어봐. 시의 아름다운 표현들이 찰리의 머릿속을 맴돌았을 거야. 꽃과 비... 표현부터가 벌써 감성 터지지 않니?
I put the book down and went to the window. I stared at my reflection and the trees behind it for a long time.
난 책을 내려놓고 창가로 갔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랑 그 뒤로 보이는 나무들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봤어.
시를 다 읽고 난 뒤 밀려오는 공허함... 찰리는 지금 창밖을 보며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있어. 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과 어두운 숲을 보며 찰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분위기가 아주 멜로 영화 한 장면이야.
Not thinking anything. Not feeling anything. Not hearing the record. For hours.
아무 생각도 안 나. 아무것도 안 느껴져. 레코드 소리도 안 들려. 몇 시간째 이러고 있어.
찰리가 시를 읽고 창가에서 완전히 '로그아웃'된 상태야.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멍하니 있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그 깊은 고독의 무게가 느껴져서 함부로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지.
Something really is wrong with me. And I don’t know what it is. Love always, Charlie
나 정말 어디가 잘못됐나 봐.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사랑을 담아, 찰리가.
자기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직감하고 편지를 마무리하는 찰리야. 자기 안에 있는 어두운 구멍을 발견한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해지네. 'Love always'라는 맺음말이 오히려 더 슬프게 들려.
April 26, 1992
1992년 4월 26일.
시간이 꽤 흘렀어. 새로운 편지가 시작되는 날짜야. 찰리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날짜 하나만으로도 왠지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듯한 묘한 울림이 있어.
Dear friend, Nobody has called me since that night. I don’t blame them.
사랑하는 친구에게, 그날 밤 이후로 아무도 나한테 전화를 안 해. 하지만 그들을 탓하진 않아.
파국으로 끝났던 파티 이후로 찰리는 완전히 고립됐어. 친구들이 전화를 안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혼자 남겨진 거실의 정적을 견디고 있는 찰리가 참 기특하면서도 슬퍼 보여.
I have spent the whole vacation reading Hamlet. Bill was right.
방학 내내 '햄릿'을 읽으면서 보냈어. 빌 선생님 말씀이 맞았더라고.
친구가 없으니 책이랑 친구 먹은 찰리! 셰익스피어의 그 어려운 햄릿을 독파하다니 대단하지? 빌 선생님의 안목이 찰리의 방학을 구원한 셈이야. 역시 인생 스승님이야.
It was much easier to think of the kid in the play like the other characters I’ve read about so far.
연극 속 그 애를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다른 주인공들처럼 생각하는 게 훨씬 쉽더라고.
햄릿을 그냥 어려운 고전 속 인물이 아니라, 자기가 읽은 책들의 주인공(예를 들어 홀든 콜필드 같은!)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찰리에겐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나 봐. 찰리만의 독특한 캐릭터 몰입법이지!
It has also helped me while I’m trying to figure out what’s wrong with me.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동안 그게 도움이 되기도 했어.
햄릿 읽으면서 자기 내면의 고장 난 부분을 고쳐보려고 발버둥 치는 찰리... 고전 문학이 무슨 대단한 치료제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줬나 봐.
It didn’t give me any answers necessarily, but it was helpful to know that someone else has been through it.
꼭 해답을 준 건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도 이런 일을 겪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더라고.
해답지가 짠하고 나타나진 않아도, 나랑 똑같은 고민을 수백 년 전 왕자님도 했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되지? 고통의 연대감이라고나 할까.
Especially someone who lived such a long time ago.
특히나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인데도 말이야.
셰익스피어 할아버지가 쓴 글이 90년대 미국 소년의 마음을 흔든다니, 역시 명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마법이 있어.
I did call Mary Elizabeth, and I told her that I’d been listening to the record every night and reading the e. e. cummings book.
메리 엘리자베스한테 전화를 했었어. 매일 밤 레코드도 듣고 e. e. 커밍스 시집도 읽고 있다고 말해줬지.
찰리가 용기를 내서 전화를 걸었어! 메리 엘리자베스가 준 것들을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걸 어필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거지. 찰리 나름대로의 '사과 쇼'라고 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