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d a stuffed animal, a little giraffe, and I’d hug it the whole time she was gone.”
“나한테는 작은 기린인 솜 인형이 하나 있었는데, 엄마가 가고 없는 동안 내내 그걸 껴안고 있곤 했어.”
제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일을 보러 나가면 혼자 남겨져서 인형을 친구 삼아 버텼던 모양이야. 쪼그려 앉아 인형을 꽉 껴안고 엄마만 오매불망 기다렸을 꼬마 제로를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네. 인형 이름이 '재피'였다는 건 나중에 나오지만, 일단 여기서부터 짠함이 폭발해.
“When I got bigger I was allowed to stay in bigger areas. Like, ‘Stay on this block.’ Or, ‘Don’t leave the park.’”
“내가 좀 더 컸을 때는 더 넓은 구역에 머무는 게 허락됐어. ‘이 블록에 있어라.’라든가, ‘공원을 떠나지 마라.’ 같은 식으로 말이야.”
나이가 들면서 제로의 '대기 구역'이 현관 계단에서 블록이나 공원으로 확장됐어. 덩치가 커졌다고 해서 자유가 생긴 게 아니라, 엄마가 더 넓은 감옥(?)을 지정해준 셈이지. '이 구역의 주인은 나다'가 아니라 '이 구역 안에서만 기다려'라는 규칙이 마음 아프다.
“But even then, I still held Jaffy.” Stanley guessed that Jaffy was the name of Zero’s giraffe.
“하지만 그때조차도 나는 여전히 재피를 놓지 않았어.” 스탠리는 재피가 제로의 기린 인형 이름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구역은 넓어졌어도 불안한 마음은 그대로였나 봐. 기린 인형 '재피'를 꼭 쥐고 있는 모습에서 엄마를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스탠리는 그 와중에 '재피가 기린 이름이겠네' 하고 추리력을 발휘하고 있지. 제로의 유일한 친구였을 재피...
“And then one day she didn’t come back,” Zero said. His voice sounded suddenly hollow.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어,” 제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공허하게 들렸다.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어. '다녀올게' 하고 떠난 엄마가 영영 돌아오지 않은 그날... 제로의 목소리가 'hollow(텅 빈)'하게 들렸다는 서술이 그 상실감을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버린 어린 제로의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목소리랄까.
“I waited for her at Laney Park.” “Laney Park,” said Stanley. “I’ve been there.”
“난 레이니 공원에서 엄마를 기다렸어.” “레이니 공원이라고,” 스탠리가 말했다. “나 거기 가본 적 있어.”
제로가 엄마와 헤어진 비극적인 장소가 '레이니 공원'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으로 등장했어. 근데 세상 참 좁지? 스탠리도 거기를 안대! 제로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소인데, 스탠리한테는 그냥 가본 적 있는 공원이라니... 이 묘한 연결 고리가 소름 돋지 않아?
“You know the playscape?” asked Zero. “Yeah. I’ve played on it.”
“그 놀이기구 시설 알지?” 제로가 물었다. “응. 거기서 놀았었어.”
제로가 'playscape'라는 단어를 쓰는데, 이건 우리가 흔히 보는 대형 종합 놀이터 시설을 말해. 제로는 그곳이 생존을 위한 아지트였는데, 스탠리는 그냥 '놀았던 곳'이라고 대답하네. 같은 추억의 장소인데 한 명은 눈물 젖은 빵을 먹던 곳이고, 한 명은 팝콘 먹던 곳인 느낌?
“I waited there for more than a month,” said Zero.
“난 거기서 한 달 넘게 기다렸어,” 제로가 말했다.
한 달... 어린애가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엄마를 한 달이나 기다렸대. 이건 거의 인간 승리급 인내심인데, 동시에 너무 마음 아픈 일이지. 제로의 그 무표정한 얼굴 뒤에 이런 어마어마한 기다림의 시간이 숨어 있었던 거야.
“You know that tunnel that you crawl through, between the slide and the swinging bridge? That’s where I slept.”
“미끄럼틀이랑 흔들다리 사이에 있는, 기어서 지나가는 그 터널 알지? 거기가 내가 잤던 곳이야.”
놀이터 터널 안에서 잠을 잤다는 고백이야. 우리한테는 숨바꼭질할 때 잠깐 들어가는 재미있는 장소인데, 집 없는 제로한테는 그곳이 유일한 침실이었던 거지. 'Slept'라는 단어 하나가 주는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네.
They ate four onions apiece and drank about half a jar of water. Stanley stood up and looked around. Everything looked the same in all directions.
그들은 양파를 각각 네 개씩 먹고 물 반 병 정도를 마셨다. 스탠리는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모든 방향으로 똑같아 보였다.
양파 네 개로 한 끼를 때우고 길을 나서려는 찰나! 일어났는데 사방이 온통 똑같은 모래뿐이라니, 이건 뭐 길 찾기가 거의 숨은그림찾기 수준이야. 나침반도 없이 이 막막한 사막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스탠리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게 여기까지 느껴져.
“When I left camp, I was heading straight toward Big Thumb,” he said.
“내가 캠프를 떠났을 때, 나는 엄지 바위를 향해 곧장 가고 있었어,” 그가 말했다.
스탠리가 지도를 그릴 순 없지만, 과거의 동선을 복기하며 나름의 경로를 찾으려 애쓰고 있어. 오직 '엄지 바위' 하나만 보고 직진했던 그날의 패기를 떠올리며 돌아갈 길을 계산하는 중이지. 캠프를 탈출하던 그때의 처절한 마음이 문장에서 뿜어져 나와.
“I saw the boat off to the right. So that means we have to turn a little to the left.”
“나는 보트가 오른쪽으로 비껴나 있는 것을 보았어. 그러니까 그 말은 우리가 왼쪽으로 약간 꺾어야 한다는 뜻이야.”
스탠리의 놀라운 기하학적 추론! 올 때 오른쪽에서 보트를 봤으니까, 갈 때는 반대로 왼쪽으로 꺾어야 원래 길로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지. 사막에서 이런 논리라도 없으면 진짜 미아 되는 건 시간문제잖아. 스탠리가 꽤 똑똑해 보이는 순간이야!
Zero was lost in thought. “What? Okay,” he said. They headed out. It was Stanley’s turn to carry the sack.
제로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뭐라고? 알았어,” 그가 말했다. 그들은 길을 나섰다. 자루를 메는 것은 스탠리의 차례였다.
제로는 아직 옛날 생각이나 복잡한 감정 때문에 멍해 있었나 봐. 스탠리가 말 거니까 그제야 정신 차리고 대답하는 게 왠지 짠하지? 그리고 이제 무거운 양파 자루는 스탠리가 멜 차례! 공평하게 짐 나눠 드는 의리 있는 모습, 보기 좋다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