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old myself to feel relieved, and maybe I did for a little while, but by the time I got home,
나는 안도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고, 어쩌면 아주 잠시 동안은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기사 속 여자는 열이 있었지만 난 없으니까 괜찮아!'라고 셀프 세뇌 중인 에이자. 하지만 그 평화가 컵라면 익는 시간보다 짧았나 봐. 현관문 열기도 전에 벌써 '불안'이라는 손님이 어깨에 손을 올린 거지.
I could hear the whisper starting up again, that something was definitely wrong with my stomach since the gnawing ache wouldn’t go away.
내 뱃속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속삭임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갉아먹는 듯한 통증이 사라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자의 머릿속 '불안 봇'이 다시 가동됐어. 배가 살짝만 아파도 '이건 확실히 문제 있어!'라고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거지. '갉아먹는 듯한 통증(gnawing ache)'이라는 표현, 정말 상상만 해도 기분 나쁘지 않아?
I think, You will never be free from this. I think, You don’t pick your thoughts.
나는 생각한다. 너는 결코 이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너는 네 생각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고.
에이자의 머릿속 '생각 감옥'이 다시 문을 닫고 있어. '넌 평생 이 모양 이 꼴일 거야', '네 생각은 네 것이 아니야'라며 스스로에게 저주를 퍼붓는 중이지. 마치 뇌가 해킹당해서 해커가 마음대로 타이핑하는 기분이랄까? 이 지독한 도돌이표가 에이자의 일상이야.
I think, You are dying, and there are bugs inside of you that will eat through your skin. I think and I think and I think.
나는 생각한다. 너는 죽어가고 있고, 네 안에는 네 피부를 파먹을 벌레들이 득실거린다고.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한다.
불안이 스릴러 영화보다 더 무섭게 진화했어. 이제는 몸속 박테리아가 '에이리언'처럼 피부를 뚫고 나올 거라는 공포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 '생각한다'는 말이 주문처럼 반복되면서 에이자를 공포의 나선 속으로 끌어내리고 있어.
NINE
9장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야. 숫자 9. 에이자의 혼란스러운 8장이 끝나고, 잠시 숨 고를 틈도 없이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어.
BUT I ALSO HAD A LIFE, a normal-ish life, which continued.
그러나 나에게는 또한 삶이, 어느 정도는 정상적인 삶이 있었고, 그 삶은 계속되었다.
머릿속은 전쟁터지만, 겉으로는 학교 가고 밥 먹는 '정상적인 척'하는 삶이 굴러가고 있어. 'Normal-ish'라는 표현이 딱이야. 완벽하게 정상은 아니지만, 남들 보기엔 그럴싸한, 약간의 흠집이 있는 정상적인 삶 말이야.
For hours or days, the thoughts would leave me be, and I could remember something my mom told me once: Your now is not your forever.
몇 시간 동안, 혹은 며칠 동안 그 생각들은 나를 내버려 두곤 했다. 그러면 나는 엄마가 예전에 내게 해 주었던 말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너의 지금이 너의 영원은 아니라고.
폭풍 같은 불안이 잠시 잦아드는 시기가 오기도 해. 그럴 때면 에이자는 엄마가 해준 인생 격언을 되새기며 숨을 좀 돌리지. '지금 이 고통이 영원하지 않다'는 말, 뻔하지만 에이자에겐 생명줄 같은 말이야. 뇌가 잠시 휴전 선언을 해준 셈이지.
I went to class, got good grades, wrote papers, talked to Mom after lunch, ate dinner, watched television, read.
나는 수업에 들어갔고, 좋은 성적을 받았으며, 보고서를 썼다. 점심 식사 후에는 엄마와 대화를 나눴고, 저녁을 먹었으며, 텔레비전을 보았고, 책을 읽었다.
머릿속은 지옥이라도 현실의 시계는 돌아가야지. 에이자는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의 루틴을 소화해 내. 겉보기엔 성적 잘 받고 숙제 잘하는 모범생 그 자체지만, 그 이면엔 필사적인 노력이 숨어 있어.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에이자에겐 엄청난 투쟁의 결과물이야.
I was not always stuck inside myself, or inside my selves. I wasn’t only crazy.
내가 항상 나 자신 속에, 혹은 나의 여러 자아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오직 미쳐 있기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에이자는 자기가 24시간 내내 미쳐있기만 한 건 아니라고 항변해. 스스로를 '여러 자아(selves)'라고 표현하는 게 좀 씁쓸하면서도 철학적이지? 미쳐있지 않은 '나'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야. 가끔은 '나'라는 사람의 다른 면도 빛을 발한다는 거지.
On date night, I got home from school and spent a solid two hours getting dressed.
데이트가 있던 날 밤, 나는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꼬박 두 시간 동안 옷을 입는 데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데이트! 평소엔 박테리아 걱정에 쩔어 살던 에이자가 옷 입는 데 무려 두 시간이나 썼대. 이건 우주적 사건이야. 누구라도 데이트 앞에서는 거울 앞에서 패션쇼 좀 하는 법이지, 안 그래? 에이자도 평범한 사춘기 소녀가 되는 순간이야.
It was a cloudless day in late September, cold enough to justify a coat,
구름 한 점 없는 9월 말의 어느 날이었다. 코트를 입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쌀쌀했다.
데이트를 앞둔 에이자가 날씨를 살피는 장면이야. 9월 말은 낮엔 덥고 밤엔 추운 옷 고르기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시기지. 코트를 꺼낼까 말까 고민하는 에이자의 모습이 딱 그려지지 않아?
but warm enough that a sleeved dress with tights could be managed.
하지만 타이츠를 신은 긴팔 드레스 정도로 버틸 수 있을 만큼은 따뜻했다.
쌀쌀하긴 해도 또 아주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라서, 코트 대신 드레스에 타이츠 조합으로 쇼부를 보려는 에이자의 패션 전략이야. 꾸안꾸와 추위 사이에서의 고뇌가 느껴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