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unzipped my jacket and stared at myself in the mirror.
나는 재킷의 지퍼를 내리고 거울 속의 나 자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드디어 마주한 진실의 시간. 에이자는 갑옷 같던 재킷을 벗어던지고 거울 속의 자신을 직면해. 거울 속의 나는 괴물일까, 아니면 겁에 질린 소녀일까?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는 그 시선 속에 수만 가지 자책과 공포가 담겨 있어.
I took off the Band-Aid, opened up the cut with my thumbnail, then washed my hands and put on a new Band-Aid.
나는 반창고를 떼어내고 엄지손톱으로 상처를 다시 벌린 다음, 손을 씻고 새 반창고를 붙였다.
에이자의 '정화 의식'이 시작됐어. 데이비스와 키스하며 들어왔을지도 모를 세균을 밖으로 짜내려고 굳이 아문 상처를 다시 후비는 거야. 남들은 로맨틱한 여운에 젖을 때 우리 주인공은 피를 보며 안심을 찾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지?
I looked in the drawers beneath the sink for some mouthwash, but they didn’t have any,
세면대 아래 서랍장에서 구강청결제를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입안에 남은 데이비스의 세균을 박멸하고 싶은데 무기가 없어! 부잣집이라 구강청결제쯤은 종류별로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필 이럴 때만 안 보이다니... 에이자의 다급함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
so in the end, I just swished cold water around in my mouth and spit it out.
결국 나는 차가운 물로 입안을 헹구고는 뱉어냈다.
가글액이 없으니까 임시방편으로 찬물이라도 동원했어. 세균들이 '어우 차가워!' 하고 도망가길 바라는 에이자의 처절한 가글 쇼지. 물로 헹구는 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에이자한테는 이게 지금 생존의 문제야.
There, are we good? I asked myself, and I responded, One more time to make sure, and so I swished and gargled more water, spit it out.
‘자, 이제 됐지?’ 나는 자문했다. 그리고 ‘확실히 하기 위해 한 번 더’라고 답하고는, 물로 다시 입을 헹구고 가글을 한 뒤 뱉어냈다.
에이자 머릿속의 자아분열 배틀이야. 이성적인 자아는 '이제 됐지?'라고 묻지만, 강박증이라는 녀석은 '혹시 모르니까 한 번만 더!'라며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지. 결국 그 속삭임에 져서 다시 물을 머금는 에이자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I patted my sweaty face dry with some toilet paper and walked back into the golden light of Davis’s mansion.
나는 휴지로 땀에 젖은 얼굴을 닦아 말리고 데이비스의 저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에이자는 지금 '정화 의식'을 마치고 전장에 다시 나가는 전사 같아. 얼굴은 땀범벅인데 손에는 저렴한 휴지가 들려있고, 눈앞에는 번쩍이는 금수저 하우스가 펼쳐져 있네. 이 비주얼 차이 어쩔 거야?
He motioned for me to sit down, and put his arm around me.
그는 내게 앉으라고 손짓하더니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데이비스 이 녀석, 분위기 잡는 건 수준급이네. 화장실 다녀온 애한테 다정하게 팔을 두르다니... 로맨틱 지수는 만점인데, 우리 에이자 속마음은 지금 지옥행 급행열차 타는 중이야.
I didn’t want his microbiota near me, but I let him keep his arm there, because I didn’t want to seem like a freak.
나는 그의 미생물 군집이 내 근처에 오는 것이 싫었지만, 괴물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가 팔을 그대로 두게 내버려 두었다.
'미생물 군집'이라니... 남친 팔베개가 세균 덩어리로 보인다면 이건 진짜 사랑도 이겨내기 힘든 난관이지. 그래도 필사적으로 '정상인' 코스프레 중인 에이자의 눈물겨운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Are you okay?” “Yeah. Just, like, a little panicky.” “Was it something that I did? Should I do—”
“괜찮아?” “응. 그냥, 뭐랄까, 약간 공황 상태가 와서.” “내가 뭐 잘못했어? 내가 어떻게—”
데이비스의 스윗함이 폭발하고 있어! 자기가 뭘 잘못한 건지, 뭘 해줘야 할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좀 봐. 에이자는 지금 뇌 내 망상 속에서 세균들이랑 맞짱 뜨는 중인데, 데이비스는 '내가 리드 못 했나?' 고민 중일 듯.
“No, it’s not about you.” “You can tell me.” “It’s really not. I... just, kissing freaked me out a little, I guess.”
“아니, 너 때문이 아니야.” “내게 말해줘도 돼.” “정말 아니야. 그냥... 키스하는 게 나를 좀 겁나게 했던 것 같아.”
에이자가 드디어 데이비스에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놔. 데이비스는 자기가 리드 못 해서 분위기 깨진 줄 알고 자책 중인데, 에이자는 '아니야, 네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내 머릿속 세균 대잔치가 문제야'라고 해명하는 중이지. 키스가 로맨틱한 게 아니라 공포 영화가 돼버린 에이자의 슬픈 현실이야.
“Okay, so no kissing yet. That’s no problem.” “It will be,” I said.
“알았어, 그럼 당분간 키스는 없는 걸로 하자. 그건 문제없어.” “문제가 될 거야.” 내가 말했다.
데이비스는 에이자를 배려해서 '키스 안 해도 돼, 기다려줄게'라고 쿨하게 말해. 하지만 에이자는 현실주의자야. '지금은 괜찮겠지만, 결국 이게 우리 관계를 갉아먹는 문제가 될 거야'라고 비관적인 예언을 던지고 있어. 사랑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에이자의 좌절감이 느껴져.
“I have these... thought spirals, and I can’t get out of them.”
“나는 이런... 생각의 소용돌이를 겪어.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어.”
이 소설의 핵심 키워드인 '생각의 소용돌이(thought spirals)'가 등장했어. 한 번 시작되면 끝도 없이 파고드는 강박적인 생각을 에이자는 소용돌이라고 표현해. 자기가 운전대를 잡은 게 아니라 소용돌이에 휘말려 내려가는 기분을 데이비스에게 처음으로 고백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