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tles All The Way Down
ONE
1장.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챕터 제목이야. 뭔가 거창한 시작이라기보다는, 그냥 담백하게 '하나'라고 툭 던져놓은 느낌이지.
At the time I first realized I might be fictional,
내가 허구의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을 무렵,
주인공 아자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장면이야. 보통 사춘기 때 '나는 누구인가' 고민하긴 하는데, 아자는 좀 더 깊게, 아예 자기가 가짜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 멘탈이 살짝 위태로운 상태지.
my weekdays were spent at a publicly funded institution on the north side of Indianapolis called White River High School,
나의 평일은 인디애나폴리스 북부에 위치한, 화이트 리버 고등학교라 불리는 공립 교육 기관에서 소비되고 있었다.
학교를 그냥 '학교'라고 안 하고 '공립 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고 부르는 거 봐. 아자가 학교를 얼마나 감정 없고 딱딱한 공간으로 느끼는지 알 수 있어. 마치 감옥이나 수용소 묘사하듯이 말하잖아.
where I was required to eat lunch at a particular time—between 12:37 P.M. and 1:14 P.M.—
그곳에서 나는 오후 12시 37분부터 1시 14분 사이라는 특정 시간에 점심을 먹도록 강요받았다.
점심시간이 12시 30분도 아니고 37분이라니, 분 단위까지 통제받는 학교생활의 숨 막히는 규율을 보여줘. 아자는 밥 먹는 시간조차 내 맘대로 못 한다는 사실에 꽂혀 있는 거지.
by forces so much larger than myself that I couldn’t even begin to identify them.
감히 내가 정체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나보다 훨씬 더 거대한 힘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냥 학교 시간표 짠 교감 선생님이나 행정실장님일 텐데, 아자는 이걸 '거대한 힘'이라고 표현해. 자신의 인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무력감을 아주 거창하게 돌려 까는 중이야.
If those forces had given me a different lunch period,
만약 그 힘들이 나에게 다른 점심시간을 부여했더라면,
아자는 자기 삶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조종당한다고 느껴. 심지어 학교 급식 시간표조차도 자기 의지가 아니라 '운명의 힘'이 정해준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약간 중2병 같지만 아자한테는 심각한 문제야.
or if the tablemates who helped author my fate had chosen a different topic of conversation that September day,
혹은 나의 운명을 써 내려가는 데 일조한 식탁 동료들이 그해 9월의 그날 다른 대화 주제를 선택했더라면,
아자는 같이 밥 먹는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 주제조차 자기 운명을 결정짓는 '집필 행위'라고 봐. 자기는 주인공이 아니라 남이 쓴 소설 속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여기서도 드러나지.
I would’ve met a different end—or at least a different middle.
나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거나, 적어도 다른 중간 과정 속에 있었을 것이다.
삶이 소설이라면 결말(end)이 있겠지? 아자는 사소한 선택 하나로 자기 인생 소설의 엔딩이 바뀌었을 거라고 믿어. 엔딩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개 과정(middle)이라도 달라졌을 거라며 아쉬워하는 거야.
But I was beginning to learn that your life is a story told about you, not one that you tell.
하지만 나는 삶이란 내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들려지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이 소설의 핵심 주제 중 하나야! 아자는 내가 내 인생의 작가가 아니라, 남들이 나에 대해 떠드는 이야기가 곧 내 인생이 된다는 걸 깨달았대. 자아 정체성에 대한 엄청난 회의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지.
Of course, you pretend to be the author. You have to.
물론, 당신은 작가인 척한다. 그래야만 하니까.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자 작가라고 믿고 싶어 하잖아? 아자는 우리가 그렇게 '착각'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걸 꼬집고 있어.
You think, I now choose to go to lunch, when that monotone beep rings from on high at 12:37.
12시 37분에 저 높은 곳에서 단조로운 비프음이 울릴 때, 당신은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학교 종소리가 들려서 밥 먹으러 가는 건데, 내 뇌는 '음, 지금 내가 밥이 먹고 싶어서 가는 거야'라고 셀프 가스라이팅을 한다는 소리야.
But really, the bell decides. You think you’re the painter, but you’re the canvas.
하지만 사실은 종소리가 결정한다. 당신은 자신이 화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은 캔버스일 뿐이다.
인생이라는 그림을 내가 직접 그리는 줄 알았는데, 사실 나는 그냥 남들이 색칠하는 캔버스에 불과하다는 뼈 아픈 비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