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t touch anything or sit anywhere,” Conor said. “You can’t leave a mess for even two seconds.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어디에도 앉을 수 없어요." 코너가 말했다. "단 2초 동안도 어질러 놓으면 안 된다고요."
할머니 집이 거의 박물관 수준인가 봐. 코너 입장에서는 숨이 턱턱 막힐 수밖에 없지. 13살 소년에게 정리정돈 강박은 너무 가혹한 거 아닐까.
And she’s only got internet out in her office and I’m not allowed in there.”
게다가 인터넷은 할머니 사무실에만 있는데, 전 거기 들어가는 것도 안 되잖아요."
요즘 애들한테 인터넷 금지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지. 할머니의 철벽 수비가 아주 대단해. 코너가 탈출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걸.
“I’m sure we can talk to her about those things. I’m sure there’s lots of room to make it easier, make you comfortable there.”
"그런 문제들은 할머니랑 잘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거야. 네가 거기서 더 편하게 지낼 방법이 분명히 많을 거다."
아빠 특유의 '다 잘 될 거야' 화법이야.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로만 때우려는 느낌이지. 어른들의 흔한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고 할까.
“I don’t want to be comfortable there!” Conor said, raising his voice. “I want my own room in my own house.”
"거기서 편하게 지내고 싶은 게 아니에요!" 코너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전 제 집의 제 방을 원한다고요."
편안함이 문제가 아니라 소속감이 문제라는 거지. 자기 공간을 통째로 잃어버린 아이의 절규가 꽤 날카롭게 들려.
“You wouldn’t have that in America,” his father said. “We barely have room for the three of us, Con.
"미국에 온다고 해도 그건 가질 수 없을 거다." 아버지가 말했다. "코너, 우리 세 식구가 살기에도 공간이 아주 빠듯해."
아빠가 아주 차갑게 현실을 꽂아버리네. 미국 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자기 자리가 없다는 걸 확인받은 기분일 거야. 꿈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Your grandma has a lot more money and space than we do. Plus, you’re in school here, your friends are here,
할머니는 우리보다 돈도 훨씬 많고 집도 넓잖니. 게다가 넌 여기서 학교에 다니고 있고, 친구들도 여기 있잖아."
돈과 현실을 따지는 아빠의 논리야. 아이에게 친구와 학교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어른들의 착각일 때가 많지. 결국 자기를 데려가기 싫다는 핑계로 들리지 않을까.
your whole life is here. It would be unfair to just take you out of all that.”
네 삶 전체가 여기 있는데, 그 모든 것에서 너를 떼어내는 건 불공평한 일이 될 거야."
불공평하다는 말을 이럴 때 쓰다니 좀 비겁해 보이기도 해. 자기가 떠날 때는 괜찮았으면서 이제 와서 코너의 삶을 걱정하는 척하네.
“Unfair to who?” Conor asked. His father sighed. “This is what I meant,” he said.
"누구한테 불공평하다는 거죠?" 코너가 물었다.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말하려던 게 바로 이거란다." 그가 말했다.
코너의 반문이 아주 날카로워. 아빠가 한숨을 쉬는 건 할 말이 없어서겠지. 대화의 주도권이 코너에게 넘어간 모양이야.
“This is what I meant when I said you were going to have to be brave.”
"네가 용기를 내야 할 거라고 말했을 때, 바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던 거야."
또 나왔네 용기 타령.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밀어붙이면서 용기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건 좀 반칙 아닐까.
“That’s what everyone says,” Conor said. “As if it means anything.”
"다들 그렇게 말하죠." 코너가 말했다. "마치 그게 대단한 의미라도 있는 것처럼요."
코너의 시니컬함이 폭발했어. 알맹이 없는 위로에 진저리가 난 거지. 13살인데 벌써 세상의 가식을 다 알아버린 느낌이야.
“I’m sorry,” his father said. “I know it seems really unfair, and I wish it was different–”
"미안하구나." 아버지가 말했다. "정말 불공평해 보인다는 걸 안다. 나도 상황이 이렇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아빠의 무능함이 느껴져. 상황이 다르길 바란다면서 정작 바꾸려는 노력은 안 하는 거잖아.
“Do you?” “Of course I do.” His father leaned in over the table. “But this way is best. You’ll see.”
"정말로요?" "당연하지." 아버지가 식탁 너머로 몸을 숙였다. "하지만 이 방법이 최선이야. 나중에 알게 될 거다."
나중에 알게 될 거라는 말은 최악의 회피 전략이지. 지금 당장 힘든 아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소리잖아. 아빠의 표정이 참 뻔뻔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