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n she grabbed a pair of strappy hooker shoes and said, “Is it even possible to walk in these?
그러더니 그녀는 끈이 달린 도발적인 킬힐을 집어 들고 말했다. "이런 걸 신고 걷는 게 가능이나 할까?"
이번엔 아주 아찔한 킬힐을 집어 들었군요. 저런 걸 신으면 중력 X배 체험을 실시간으로 하게 될 텐데 걱정입니다.
I mean, I would just die—” and then stopped short, looking at me as if to say I’m sorry, as if it were a crime to mention death to the dying.
"내 말은, 그냥 죽고 싶을 만큼—" 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미안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이 범죄라도 되는 것처럼.
친구 사이라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참 꺼내기 조심스러운 법이죠. 케이틀린의 당황한 눈빛이 모니터를 뚫고 전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차 싶어서 입을 다무는 친구의 모습에 주인공은 오히려 씁쓸함을 느꼈을까요?
“You should try them on,” Kaitlyn continued, trying to paper over the awkwardness. “I’d sooner die,” I assured her.
"너도 한번 신어봐." 케이틀린이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죽고 말지." 내가 그녀를 안심시키듯 대답했다.
어색한 공기를 바꿔보려고 신발을 권하는 친구의 눈물겨운 수습 노력입니다. 헤이즐은 그 와중에 다시 한번 '죽음' 드립으로 맞불을 놓으며 분위기를 환기하네요. 이런 게 바로 찐친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고난도 유머 아닐까요?
I ended up just picking out some flip-flops so that I could have something to buy,
나는 결국 뭐라도 샀다는 티를 내기 위해 쪼리 한 켤레를 골랐다.
뭐라도 사야 이 끝없는 쇼핑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생존 본능이 발동했네요. 쪼리 한 켤레로 평화로운 퇴장을 샀으니 가성비 측면에서는 꽤 훌륭한 선택이죠?
and then I sat down on one of the benches opposite a bank of shoes and watched Kaitlyn snake her way through the aisles,
그러고는 신발 진열대 건너편 벤치에 앉아 케이틀린이 통로 사이를 뱀처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친구의 쇼핑 속도가 거의 F1 그랑프리 레이싱 수준인 모양입니다. 벤치에 앉아 그 광경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헤이즐의 모습이 왠지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네요. (쇼핑 통로가 아니라 아우토반을 달리는 기분 아닐까? ㅋ)
shopping with the kind of intensity and focus that one usually associates with professional chess.
보통 프로 체스 선수에게나 어울릴 법한 강렬한 집중력으로 쇼핑을 즐기면서 말이다.
쇼핑을 체스 두듯이 진지하게 하다니 케이틀린도 참 대단한 캐릭터입니다. 집중력 하나만큼은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겠네요. 신발 하나 고르는데 저 정도 에너지를 쏟다니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I kind of wanted to take out Midnight Dawns and read for a while, but I knew that’d be rude, so I just watched Kaitlyn.
'미드나잇 던'을 꺼내 잠시 읽고 싶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냥 케이틀린을 관찰했다.
같이 놀러 와서 자기 책만 읽는 건 사회적 결례라는 걸 주인공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의를 차리느라 독서 욕구를 꾹 참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왠지 애잔하게 느껴지네요.
Occasionally she’d circle back to me clutching some closed-toe prey and say, “This?” and I would try to make an intelligent comment about the shoe,
가끔 그녀는 앞코가 막힌 '먹잇감'을 움켜쥐고 내게 돌아와 "이건?" 하고 물었고, 나는 신발에 대해 최대한 지적인 논평을 해주려 애썼다.
신발을 '먹잇감'이라고 표현하는 헤이즐의 비유가 참 독특하죠? 친구의 열정적인 질문에 영혼을 가득 담은 지적 답변을 준비하는 모습이 참 훈훈합니다. 쇼핑 메이트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셈이죠.
and then finally she bought three pairs and I bought my flip-flops and then as we exited she said, “Anthropologie?”
마침내 그녀는 신발 세 켤레를 샀고 나는 쪼리를 샀다. 가게를 나오며 그녀가 물었다. "앤스로폴로지도 갈까?"
세 켤레나 샀으면 이제 집에 갈 법도 한데 다시 다른 매장을 제안하네요.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따라가기엔 주인공의 체력이 이미 빨간 불일 텐데 말입니다.
“I should head home actually,” I said. “I’m kinda tired.” “Sure, of course,” she said.
"난 그만 집에 가봐야겠어. 좀 피곤하네." 내가 말했다. "그래, 당연하지." 그녀가 대답했다.
드디어 탈출의 기회가 왔습니다. '피곤하다'는 말은 쇼핑몰에서 가장 강력하고도 정당한 조기 퇴근 사유가 되곤 하죠. 친구도 쿨하게 보내주는 걸 보니 오늘 쇼핑은 만족스러웠나 봅니다.
“I have to see you more often, darling.” She placed her hands on my shoulders, kissed me on both cheeks, and marched off, her narrow hips swishing.
"더 자주 봐야 해, 얘야." 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양 볼에 입을 맞춘 뒤, 좁은 골반을 흔들며 멀어져 갔다.
화려한 작별 인사와 함께 케이틀린이 무대 뒤로 사라지는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헤이즐은 어떤 해방감을 느꼈을까요?
I didn’t go home, though. I’d told Mom to pick me up at six,
하지만 나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엄마에게는 여섯 시에 데리러 오라고 말해둔 상태였다.
집에 간다고 해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벌기 위한 헤이즐의 귀여운 작전이 시작됩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보다 고독이라는 보약이 더 절실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