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a’s mom, the Dutch Tulip Man, Sisyphus the Hamster, I mean, just—what happens to everyone.”
“안나의 어머니, 네덜란드 튤립 상인, 햄스터 시시포스, 그러니까 그냥— 모든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전부 다요.”
등장인물 리스트를 쫙 읊어줍니다. 햄스터 안부까지 챙기는 저 세심한 덕후 정신 좀 보세요.
Van Houten closed his eyes and puffed his cheeks as he exhaled, then looked up at the exposed wooden beams crisscrossing the ceiling.
반 하우텐은 눈을 감고 숨을 내쉬며 볼을 부풀리더니, 천장을 가로지르는 노출된 나무 들보를 올려다보았다.
천장을 보며 생각을 가다듬는 척합니다. 대답해주기 싫어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 같은 느낌은 저만 드나요?
“The hamster,” he said after a while. “The hamster gets adopted by Christine”—who was one of Anna’s presickness friends.
“햄스터 말이지.” 잠시 후 그가 말했다. “햄스터는 크리스틴이 입양해 가네.” 크리스틴은 안나가 아프기 전 친구 중 한 명이었다.
드디어 대답을 해주는가 싶더니 고작 햄스터 이야기입니다. 햄스터의 거취가 그렇게 궁금했던 건 아닐 텐데 말이죠.
That made sense. Christine and Anna played with Sisyphus in a few scenes.
그건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크리스틴과 안나가 몇몇 장면에서 시시포스와 함께 놀기도 했으니까.
나름대로 개연성은 챙겼네요. 디테일한 설정에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귀엽습니다.
“He is adopted by Christine and lives for a couple years after the end of the novel and dies peacefully in his hamster sleep.”
“크리스틴에게 입양되어 소설이 끝난 후로도 몇 년을 더 살다가, 햄스터답게 평화롭게 잠든 채 죽지.”
햄스터의 평화로운 죽음까지 묘사합니다. 작가님의 상상력이 이런 데서만 발휘되는 게 참 안타깝네요.
Now we were getting somewhere. “Great,” I said. “Great. Okay, so the Dutch Tulip Man. Is he a con man? Do he and Anna’s mom get married?”
이제야 말이 좀 통하기 시작했다. “좋아요.” 내가 말했다. “좋네요. 그럼 네덜란드 튤립 상인은요? 그는 사기꾼인가요? 그와 안나의 어머니는 결혼하나요?”
햄스터 해결하고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주인공 텐션 장난 아니네? ㅋ.
Van Houten was still staring at the ceiling beams. He took a drink. The glass was almost empty again.
반 하우텐은 여전히 천장의 들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술을 한 잔 마셨다. 잔은 다시 거의 비어 있었다.
또 술을 마시며 뜸을 들입니다. 잔이 비어갈수록 우리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고 있어요.
“Lidewij, I can’t do it. I can’t. I can’t.” He leveled his gaze to me.
“리더베이, 난 못 하겠어. 못 한다고. 못 해.” 그는 시선을 나에게 고정했다.
리더베이한테 못 하겠다고 징징대는 폼이 참 가관입니다. 아이들은 눈앞에 있는데 자기 기분만 챙기기 바쁘네요.
“Nothing happens to the Dutch Tulip Man. He isn’t a con man or not a con man; he’s God.
“네덜란드 튤립 상인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는 신이니까.”
튤립 상인이 신이라는 둥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습니다. 헤이즐이 듣고 싶은 건 이런 지식 자랑이 아닐 텐데요.
He’s an obvious and unambiguous metaphorical representation of God,
“그는 명백하고도 모호함이 없는 신의 은유적 재현일 뿐이야.”
말끝마다 은유니 재현이니 하며 벽을 칩니다. 질문에 대답하기 싫어서 철학적 방어막을 치는 중이죠.
and asking what becomes of him is the intellectual equivalent of asking what becomes of the disembodied eyes of Dr. T. J. Eckleburg in Gatsby.
“그의 행방을 묻는 건 개츠비에 나오는 에클버그 박사의 신체 없는 눈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는 것과 지적으로 동등한 수준이지.”
위대한 개츠비까지 끌어들여서 질문의 수준을 깎아내립니다. 현학적인 표현으로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수법이네요.
Do he and Anna’s mom get married? We are speaking of a novel, dear child, not some historical enterprise.”
“그와 안나의 엄마가 결혼하느냐고? 얘야, 우린 소설에 대해 말하는 거지, 무슨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게 아니란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며 선을 긋습니다. 독자에게는 인생의 전부인 세계를 한낱 허구로 치부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