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a while he said, “Is it any good?” “The poem?” I asked. “Yeah.”
잠시 후 그가 물었다. “그거 괜찮아?” “이 시 말이야?”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응.”
상대방이 읽고 있는 책에 관심을 보이는 건 아주 전형적인 관심의 표현이죠. 어거스터스는 지금 헤이즐의 생각과 감정 하나하나를 다 공유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Yeah, it’s great. The guys in this poem take even more drugs than I do. How’s AIA?”
“응, 끝내줘. 이 시에 나오는 녀석들은 나보다 약을 더 많이 하거든. 《거대한 아픔》은 어때?”
자신이 먹는 약을 비유로 들어 농담을 던지는 헤이즐의 센스가 돋보이네요. 비트 세대 시인들의 광기와 자신의 현실을 연결하는 방식이 참 그녀답습니다.
“Still perfect,” he said. “Read to me.” “This isn’t really a poem to read aloud when you are sitting next to your sleeping mother.
“여전히 완벽해.” 그가 말했다. “나한테 좀 읽어줘.” “잠든 엄마 옆에서 낭독하기에 딱히 적당한 시는 아닌데.”
잠든 엄마 옆에서 낭독하기엔 시의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라며 망설입니다. 정숙해야 하는 기내 상황과 시의 강렬한 이미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네요.
It has, like, sodomy and angel dust in it,” I said. “You just named two of my favorite pastimes,” he said.
“뭐랄까, 남색이나 마약 같은 내용이 나오거든.” 내가 말하자 그가 대답했다. “네가 방금 내 취미 생활 두 가지를 딱 짚었어.”
금기시되는 단어들을 태연하게 취미라고 맞받아치는 어거스터스의 유머 좀 보세요. 이런 짓궂은 장난이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단숨에 날려버리곤 하죠.
“Okay, read me something else then?” “Um,” I said. “I don’t have anything else?” “That’s too bad. I am so in the mood for poetry.
“알았어, 그럼 다른 거라도 읽어줘.” “음, 다른 건 없는데?” “거 아쉽네. 지금 딱 시 읽고 싶은 기분인데.”
시를 읽어달라는 어거스터스의 요청이 묘하게 달콤한 분위기를 만드네요. (거스 이 자식 분위기 잡는 솜씨 좀 봐. 아주 연애 고수가 따로 없네. 너도 시 공부 좀 했나 봐? ㅋ.)
Do you have anything memorized?” “‘Let us go then, you and I,’” I started nervously,
“외우고 있는 건 없어?” “자, 그럼 가자, 너와 나.” 나는 긴장하며 읊기 시작했다.
T.S. 엘리엇의 유명한 시 구절을 읊기 시작하는군요. 긴장된 목소리로 시를 암송하는 헤이즐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When the evening is spread out against the sky like a patient etherized upon a table.’”
“‘저녁이 하늘을 가로질러 펼쳐질 때, 마치 테이블 위에 마취되어 누워 있는 환자처럼.’”
마취된 환자 같다는 비유가 이들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시의 이미지가 그들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 묘한 울림을 주네요.
“Slower,” he said. I felt bashful, like I had when I’d first told him of An Imperial Affliction.
“좀 더 천천히.” 그가 말했다. 나는 처음 그에게 《거대한 아픔》을 알려줬을 때처럼 수줍음이 느껴졌다.
좀 더 천천히 읽어달라는 말에 담긴 어거스터스의 진심이 느껴지시나요. 그녀의 목소리와 시의 선율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고 싶은 모양입니다.
“Um, okay. Okay. ‘Let us go, through certain half-deserted streets, the muttering retreats of restless nights in one-night cheap hotels
“음, 알았어. 알았다고. ‘가자, 반쯤 버려진 거리를 지나, 하룻밤 값싼 호텔에서 보낸 불안한 밤들의 중얼거리는 은신처를 지나.’”
값싼 호텔과 불안한 밤이라는 배경이 시의 분위기를 더욱 쓸쓸하게 만드네요. 헤이즐의 낭독을 통해 기내 좌석은 순식간에 시 속의 황량한 거리로 변해갑니다.
and sawdust restaurants with oyster-shells: streets that follow like a tedious argument
“‘그리고 굴 껍데기가 널린 톱밥 깔린 식당들을 지나. 지루한 논쟁처럼 이어지는 거리들이,’”
지루한 논쟁처럼 이어지는 거리가 우리를 이끈다는 비유가 참 독특하죠. (엘리엇의 시는 분위기가 묘해서 매력 있어. 헤이즐 목소리랑 찰떡일 것 같애. 다음 구절이 벌써 궁금해지네 ㅋ.)
of insidious intent to lead you to an overwhelming question...
“‘우리를 압도적인 질문으로 이끌려는 음험한 의도로 이어지는 거리들을.’”
압도적인 질문이 무엇일지 독자들도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시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공기도 함께 팽팽해지네요.
Oh, do not ask, “What is it?” Let us go and make our visit.’”
“‘오, “그게 뭐지?”라고 묻지는 마. 자, 가보자, 우리가 가려던 곳으로.’”
묻지 말고 그저 가보자는 선언으로 시의 도입부가 마무리됩니다. 마치 결과가 어찌 되든 일단 나아가 보자는 이들의 인생 철학처럼 들리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