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ppen to know the answer to that question,” he said. “There are seven billion living people, and about ninety-eight billion dead people.”
“어쩌다 보니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어.” 그가 말했다. “살아 있는 사람은 70억 명이고, 죽은 사람은 약 980억 명이야.”
이런 통계를 미리 알고 있는 어거스터스도 참 비범한 인물이죠. 죽은 자들의 숫자가 산 자들의 열 배가 넘는다는 사실이 묘한 위압감을 줍니다.
“Oh,” I said. I’d thought that maybe since population growth had been so fast, there were more people alive than all the dead combined.
“아.” 내가 대답했다. 인구 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서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상식적인 예상이 빗나가자 헤이즐이 꽤나 놀란 것 같네요. 980억 명이라는 거대한 숫자에 비해 우리 삶이 얼마나 짧은 찰나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70억 대 980억이면 살아있는 게 오히려 소수정예네 ㅋ. 죽은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지? 거스는 저런 걸 어디서 다 알아온 걸까 ㅋ.)
“There are about fourteen dead people for every living person,” he said.
“살아 있는 사람 한 명당 죽은 사람이 약 열네 명인 셈이지.” 그가 덧붙였다.
한 명당 열네 명의 유령을 등에 업고 사는 기분이 들겠는데요? 삶과 죽음의 비율을 이렇게 명확하게 숫자로 풀어내니 상황이 더 엄중하게 느껴집니다.
The credits continued rolling. It took a long time to identify all those corpses, I guess.
크레디트는 계속 올라갔다. 그 많은 시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모양이었다.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시체 신원 확인 운운하는 헤이즐의 드립이 참 일품이죠. 심각한 대화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녀의 멘탈이 부럽습니다.
My head was still on his shoulder. “I did some research on this a couple years ago,” Augustus continued.
내 머리는 여전히 그의 어깨에 놓여 있었다. “몇 년 전에 여기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봤거든.” 어거스터스가 말을 이었다.
몇 년 전부터 죽음의 통계를 조사해왔다는 어거스터스의 과거가 궁금해집니다. 그도 자신의 끝을 예감하며 죽은 자들의 세계를 미리 탐방하고 싶었던 걸까요?
“I was wondering if everybody could be remembered. Like, if we got organized,
“모든 사람이 기억될 수 있을지 궁금했어. 이를테면 우리가 체계적으로 조직을 짜서,”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어거스터스의 가장 큰 결함이라는 게 여기서도 드러나네요. 모든 사람이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소년의 순수함이 엿보입니다.
and assigned a certain number of corpses to each living person, would there be enough living people to remember all the dead people?”
“살아 있는 사람 한 명당 일정 수의 시체를 할당한다면, 죽은 사람 모두를 기억하기에 충분한 인원이 될지 말이야.”
죽은 자를 할당해서 기억하자는 발상이 참 기발하면서도 슬픈 구석이 있네요. 잊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인간의 본능을 꿰뚫는 질문입니다. (한 사람당 귀신 14명씩 맡아서 기억해 줘야 한다니 업무량 너무 과한 거 아냐? 나 하나 챙기기도 벅찬데 말이야 ㅋ. 거스 녀석 상상력은 진짜 우주급이네 ㅋ.)
“And are there?” “Sure, anyone can name fourteen dead people.
“정말로 그럴까?” “그럼, 누구나 죽은 사람 열네 명쯤은 댈 수 있잖아.”
살아 있는 사람 한 명당 죽은 사람이 열네 명이라는 통계를 다시 상기시키네요.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망자의 기억이 떠돌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But we’re disorganized mourners, so a lot of people end up remembering Shakespeare,
“하지만 우리는 오합지졸 추모객들이라 결국 많은 사람이 셰익스피어만을 기억해.”
기억의 불균형에 대해 꼬집는 어거스터스의 통찰이 날카롭죠. 대중은 유명한 작가만을 기억할 뿐 그가 사랑했던 평범한 이들은 잊히기 마련이니까요.
and no one ends up remembering the person he wrote Sonnet Fifty-five about.”
“그가 <소네트 55번>을 바쳤던 주인공은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말이야.”
시의 영광은 영원할지 몰라도 정작 그 영감의 대상은 역사 속에 묻히고 맙니다. 잊히는 것에 대한 어거스터스의 근원적인 공포가 문장 속에 투영되어 있네요.
“Yeah,” I said. It was quiet for a minute, and then he asked, “You want to read or something?”
“그래.” 내가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물었다. “책이나 뭐 그런 거 읽을래?”
죽음에 대한 무거운 대화 끝에 찾아온 정적을 책으로 채우려 합니다. 비행기 안에서 각자의 세계에 몰입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평화로우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주네요.
I said sure. I was reading this long poem called Howl by Allen Ginsberg for my poetry class, and Gus was rereading An Imperial Affliction.
나는 그러자고 했다. 나는 시 수업 과제로 앨런 긴즈버그의 <울부짖음>이라는 긴 시를 읽고 있었고, 거스는 《거대한 아픔》을 다시 읽는 중이었다.
긴즈버그의 시는 사회 비판적이고 파격적인 묘사가 많기로 유명하죠. (헤이즐 과제 수준이 진짜 장난 아니네. 우리 주인공은 역시 취향도 남달라. 나였으면 벌써 책 덮었을 거야 ㅋ.)